"내가 낳은 아이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요."
5년 간의 계약 결혼을 끝내고 이혼장을 작성하던 날,
힐리아는 칼리고를 미련 없이 떠났다.
계약 결혼의 부산물처럼 남은 아이를 그에게 남겨둔 채.
힐리아 헤일로스는 누구보다 차갑고 이기적이며 악독한 여자였다.
[이건 위자료예요. 내겐 이제 필요 없으니 당신에게 줄게요.]
그녀가 그토록 가지려고 애썼던 남작가를 떠넘기고
자취를 감출 때까지만 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 * *
힐리아는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이를 떠나는 것도, 설렘을 가져다준 사내를 버리는 것도.
"어머니, 리체, 사랑, 안 해도, 대요. 가끔에만, 오께요, 리체가 어머니 더 사랑하께요……."
실제로 그녀는 아무렇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랬을 것이다.
우연히 마주친 아이가 제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로니까……!"
아이의 볼을 타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힐리아는 두 팔을 벌리고 달려오는 아이에게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는 좋은 부모가 될 수도, 무언가를 사랑할 수도 없었다.
“아가, 세상엔 사랑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단다.”
그래서 그 한마디만 남기고 몸을 돌렸다.
제 앞에 선 진득한 시선을 모른 체하면서.
자은향 작가의 장편 로맨스 판타지, <이혼하고 가족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