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의 딸이라는 이유로 사형당했다.
‘이놈들아, 난 아무것도 안 했다고!’
억울해하며 눈을 뜨니 14년 전으로 돌아왔다.
아직 악역 가문의 보살핌이 필요한 나는 용돈을 모아 탈출하기로 계획했는데…
“죽이면 끝나는 거 아닌가. 골치 아프게 협상을 왜….”
“협상하는 아빠 조아.”
“협상하도록 하지.”
무려 인생 2회차. 금수저가 탈출을 왜 해!?
아빠를 조련해 착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히히. 세상 사람들.
이제 우리 아빠 악역 아니거든요!
***
“…아빠?”
동화책을 넘기는 아빠의 손에 미처 닦지 못한 혈흔이 묻어 있었다.
“…아빠. …이거 피….”
“아, 이거.”
쓱쓱-
평온한 얼굴로 손에 묻은 혈흔을 닦던 아빠가 자상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케첩.”
“분명 피….”
“케첩.”
“피….”
당황해하는 날 보던 아빠가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절대 악역일 수가 없는,
딸을 사랑하는 부드러운 손길로.
“아빠가 빌리 꺼 샌드위치 만들어 주다가 묻었나 보다. 맛있게 먹었지, 내 딸?”
“…우웅!”
아하, 샌드위치 만들다가 그런 거구나.
그럼 그럼!
우리 아빠는 이제 착해졌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