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앵화연담

11세기 초 가상 고려.
왕녀 이화는 열여덟이 되던 해, 사랑하던 계모가 십 년 동안 저를 천천히 죽여 왔음을 알게 된다. 공주는 왕비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스승의 서신 하나 품고 의탁할 곳을 찾아 개경을 떠나고, 천신만고 끝에 서해도 해주, 안서도호부에 도착한다.
양사언, 스승의 말로는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라 했다.
“송구스러운 말씀이나 후일 궁주님께서 가련하게도 어찌 되시면 그건 궁주님을 어찌한 자들의 탓이지 여기서 열심히 살던 제 탓이 아닙니다. 이런 식의 감정적인 책임 전가는 불쾌합니다.”
눈물겨운 사정에도 무반응으로 일관, 거두기는 극구 거부.
몰락한 세도가의 장남, 아우만 줄줄이 여섯이 딸린 그에게 동정 따윈 없었다.
하여 돌아가 죽을 것인가?
“양사언. 난 죽어도 못 가요.”
이화는 다부지게 내뱉었다. 빌붙어 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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