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요괴의 구슬을 삼킨 여인의 후손인 ‘예(隷)인’. 예인은 ‘호(狐)인’과 특이한 상호 작용을 하는 소수 민족이다. 남자 예인이란 이유로 쏟아지는 야유와 폭언이 일상인 우도현. 근근이 호인의 화기를 처치해 주며 살아간다. “남자 예인도 정말 제대로 처치가 가능한가요?” “200에, 양기 직접 주는 조건이요. 흥정은 안 해요.” 어느 날 한 남자가 다가와 여자 친구가 질투가 많으니 도현에게 자신의 화기를 처치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그쪽이랑 전속 계약 하고 싶은데 어때요?” 양기 명목으로 잠자리를 가진 후 남자는 전속 계약을 요청하고, 도현의 머릿속은 곧 이 남자로 가득 차게 된다. “권영한.” 남자의 이름이었다. * “예인 맞죠?” 우도현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남자는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겨우 찾았네. 정식 사업자 등록 된 예인 중엔 남자가 없더라고요. 이런 영업장이 제법 많아서 계속 헛걸음했어요.” 시선이 느껴졌지만 우도현은 눈을 내리깔고 남자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화기 병변이 저 정도까지 뻗은 상태라면 울화병이 심해서 사소한 일에 화를 낼 공산이 컸다. 즉, 눈빛이 왜 그따위냐는 말도 안 되는 시비로 폭력이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이다. 말을 무시한다고 맞을 수도 있어서 우도현은 억지로 입을 열었다. “남자 예인을 전속으로 두는 호인은 없어서 사업자 안 내요.” 남자는 ‘아하’ 하고 생각지 못했다는 듯이 짧게 반응했다. 남자 예인을 겨우 찾았다고 안도하는 태도와 달리, 남자 예인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럼 남자 예인을 왜 찾는 거지? 우도현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의문은 표하지 않았다. 기존의 손님들과는 다르게 남자는 여자 예인들에게 거절을 당한 뒤 차선책으로 자신에게 온 게 아니었다. 그의 입으로도 ‘겨우 찾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남자 예인에게 관심은 없지만 어떤 목적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