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임파스토(Impasto)

“서은기. 그림 좋아해?”
은기는 혼란스러웠다.
둘러댄 이름으로도 바래지 않는 존재감과
볼품없는 차림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여유.
남자는 분명 저와는 이만큼의 접점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림을,
그녀가 가장 숨기고 싶었던 그것을
그는 가장 스스럼없이 파헤쳐 버렸다.
“…그런 거 관심 없는데요.”
“이상하네. 그림 좋아하게 생겼는데.”
그때만 해도 은기는 몰랐다.
그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그가 얼마나 아득히 높은 곳에 있는지, 그리고…
“그림 그려 달라고 안 할 테니까 오늘 여기서 자고 가.”
이렇게 슬쩍 건드리던 남자에게
“무서워? 그렇게 버린 것치고 나한테 너무 빨리 넘어올까 봐.”
이렇게 대놓고 홀리게 된다는 것도.
임파스토_그림을 그리며 너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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