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던 약혼자인 제국의 8황자 에제트가 살아서 귀환했다.
황태자의 자살과 맞물린 그의 귀환에 황권은 혼란에 휩싸이고.
한편, 아름답기만 한 인형. 철없는 여인. 눈치 없는 영애.
공작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아름다운 마리오네트로 알려진 여자,
디아린은 다시 그와의 혼약을 이어 가고자 하는 공작의 명에 따라 에제트에게로 향하는데.
매달릴 거라 생각했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생각과는 달랐다.
“혼약을 파기해 드릴게요.”
* * *
디아린은 최대한 자연스러워 보이게 몸을 에제트 쪽으로 기울였다.
“혼약을 파기해 드릴게요.”
기사는 순간 ‘예?’ 하고 되물을 뻔했다.
에제트만이 묘한 눈빛이었다. 디아린은 온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 덕에, 그 미묘한 눈빛을 어렴풋하게나마 알아챌 수 있었다. 에제트는 디아린에게서 한 번도 눈길을 떼지 않았다.
그가 물었다.
“콘클 공작의 뜻입니까?”
디아린만큼이나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기사를 제외한 누구도 대화를 엿듣지 못했다.
“설마요. 공작님이 저하를 놓치려고 하겠어요? 할 수만 있다면 저하를 밧줄로 칭칭 동여매고 싶을 텐데요.”
“그러면요?”
곧 부서질 얼음 결정처럼 몹시도 자그마한 목소리로, 디아린이 말했다.
“내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