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인은 뛰어났다. 지나치게 뛰어났다.
그것이 우리의 비극이었다.
이소 헤이슬.
평민 출신의 기사였으나 오랫동안 왕국을 괴롭히던 괴물들을 소탕하여 일약 영웅이 된 남자.
그의 출세는 내게 불행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나의 연인은 언제나 바빴고, 어느 순간 우리 사이는 소원해졌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 그가 선택한 것은 내가 아닌 왕국의 하나뿐인 아름다운 공주님이었다.
그가 공주를 지키는 사이, ‘그것’들이 나를 덮쳤다.
내 연인은 괴물들로부터 왕국을 지켰으나, 끝내 나는 지키지 못했다.
‘있잖아, 이소. 내 죽음으로 네가 후회했으면 좋겠어. 죽을 만큼 아파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어느 날 내가 죽었다.
* * *
그로부터 3년 뒤.
다시 눈을 뜬 나는 왕궁으로 돌아와 그들의 앞에 섰다.
‘그것’들을 물리치는 성녀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