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악당의 엔딩에 나는 없다

비중 없는 엑스트라에 빙의했다. 다만, 빙의한 엑스트라의 미래는 죽음. 일명 ‘노잼사’라고 불리는 결말에 처했다. 탈출을 결심하고 나가려는 순간. “저를 따라주셔야겠습니다.” 다짜고짜 나타난 납치범. 알고보니 원작 속 희대의 악당이었다! 처음엔 무뚝뚝하고 로봇같았던 악당이 점점 감정을 드러내더니…. “좋아합니다.” “이안.” “제가 아닌 다른 연인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더라도 저는 당신을 좋아하겠습니다.” 여자주인공이 아닌 내게 고백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저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사랑하지 마십쇼. 그러나 동정심도 좋습니다. 저의 존재가 센의 머리 한 켠에 존재하는 것이 유일한 욕심입니다.”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그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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