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끝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목에 가득한 비릿한 냄새와 잔뜩 갈라져 악을 쓰는 목소리, 하늘을 가득 물들인 노을.
모든 것이 붉디붉은 날은 바람에서마저 혈향이 돌았다.
“사랑해, 녹스.”
저를 경멸하는 이 눈빛에 미치도록 갈증이 인다.
“그러니, 부디 기대해 주길 바라.”
내가 다시 돌아올 그 날을 말이야.
***
모두가 사랑하는 여주인공의 최대 적수,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악녀 릴리스 크레센트에게 빙의했다.
그리고 원작의 주인공들과 얽혀 죽은 것만 세 번.
지금 생은 가까스로 얻은 마지막 기회다.
목표는 오로지 하나. 반복되는 데드 엔딩을 피해 무사히 살아남는 것!
그러려면 모든 사건의 주범인 주인공들을 피해 다녀야 한다.
그러나……
“릴리, 이 세상에 감히 너를 억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공녀님께선 오늘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우십니다.”
“저, 그리고 공녀님께 실례만 안 된다면……. 친구가 되고 싶어요.”
망할 주인공들이 이젠 도리어 그녀를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으로도 모자라 늘 끝까지 그녀를 죽이려고 들던 유일한 친구마저도 이상한 말을 하는데.
“네 마차라면 다 돌려보냈어.”
“……왜?”
“너랑 같이 가려고.”
…주인공 모두와 잘 지내며, 행복하게 살아남을 수는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