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야만족 칸, 그녀만을 기다려 왔다

시리샤 왕국의 공주 일레아는 죽을 때마다 스무 살 생일 일주인 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회귀를 거듭해도 시리샤의 멸망을 막을 수 없었다. 이번이 네 번째 회귀. 드디어 그를 만났다. 시리샤를 구원할 유일한 열쇠. 그가 원하는 걸 다 주고… 그녀 또한 원하는 걸 다 가질 것이다. 아주 공평하게.
* * *
“이 사원에서 맹세한 건 영원한 거야.”
만족스럽게 배부른 포식자처럼 나른한 몸을 한 채 그녀는 그의 말을 다소 흘려들었다.
“말로 한 맹세와 몸으로 한 맹세 모두 다.”
그의 그윽하면서도 강인한 목소리가 기분 좋게 그녀의 귓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절대 잊지 마.”
* * *
[죽기 싫어….]
[나도… 살고 싶어.]
그녀의 애절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반드시 살려 주겠다는 제 맹세도.
말도 안 된다. 이 목걸이 때문에 그녀가 죽게 생겼다. 다가갈 수도 없다니. 이럴 순 없다.
사납게 울부짖은 칸은 죽을힘을 다해 외쳤다.
“잊지 마. 에샤.”
그의 거친 목소리에 바람이 일어 그녀의 옷자락이 휘날릴 정도였다.
“나에게 한 맹세를.”
주변에 놓인 집기들까지 덜커덕거릴 정도로 그가 포효했다.
손바닥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진동했지만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눈이 뒤집혔다.
기억해 내.
네 목숨까지 내 것이라는 맹세를.
내 허락 없이 스스로 죽어선 안 된다는 그 맹세를.
에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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