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가문을 대표하는 정령사가 되거라.” 호의는 처음부터 오래가지 않았다. 정령친화력의 소질 덕에 입양된 가문에서 능력이 발현되지 않아 하녀들에게조차 경멸받는 삶. 차라리 죽으면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인생이었다. 또 다른 ‘나’를 되찾기 전까진. “드디어 찾았네. 안녕, 현재의 나. 나랑 계약하지 않을래? 이러고 살고 있기엔 너는 아까운 그릇이거든.” 오늘도 어김없이 구역질을 쏟고 있던 내게, 기적이 불어왔다. 나의 전생을 살았던 사람. 왕국을 파멸로 몰고 갈 뻔한 희대의 악녀 마리스텔라. 그녀가 나를 구원해 주겠다고 했다. “그 대신, 너는 내가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해.” 전생의 나는 그렇게 달콤한 제안을 해오기 시작했다. “너를 이 대륙 최고의 정령사로 만들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