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이를 데려가고 싶습니다.”
낮에 뜬 달처럼 창백하면서도
까마귀처럼 칠흑 같은 청년이 선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나는 그와 만났다.
세상의 끝, 바람의 무덤 앞에서.
“이름이 어떻게 되니?”
“아샤예요. 아샤 코냐크.”
그는 전능한 마법사였고,
나는 아무것도 아닌 소녀였다.
원래대로라면 조금도 그의 관심을 끌 리 없는.
“저, 킬츠가 아는 누구를 닮았어요?”
그런 그가 나를 거둔 이유는
오로지 내 얼굴 위로 누군가를 겹쳐 보았기 때문이라고,
그렇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지금도 너를 보내고 싶지 않아.”
흘러나온 목소리가 지독할 정도로 낮았다.
물이 고인 듯 침잠한 회색 눈동자에 빛이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네 손목을 낚아챈 다음,
다시 집에 끌고 들어가 영원히 가둬 두고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