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름만! 저, 정말 안 됩니까?” 대뜸 자신의 앞에 나타나 이름을 묻는 남자. 그가 건넨 명함에는 ‘천해그룹 이사 천하경’이라 적혀 있었다. 천해그룹에 아들이 셋이라곤 하지만, 저렇게 잘생기고 젊은 남자가? 혹시 재벌 사칭 아냐?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의문의 남자와 헤어진 뒤 2주 뒤. 그는 인아의 경영 지원 팀으로 입사했다. “손인아예요.” “들으셨겠지만, 천하경입니다.” 후임이 됐으니 하루 종일 추파를 던질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하경은 뜨거운 눈길만 보낼 뿐, 그 어떤 수작도 부리지 않았다. “나는 연애만 할 생각 없어. 너한테는 다른 사람이 더 걸맞을 거야.” “저는, 그…… 조, 좋은데요.” “뭐?” “하, 하고 싶다고요. 선배하고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