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납치하기를 기다렸어요." 때는 바야흐로 왕도 한복판에서 귀족 남자가 귀족 여자를 유괴해 강제로 청혼하는 일이 놀랍게도 유행하는 시절. 레니에 드 카발리에르 공작. 왕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그리고 내일이 없는 남자. 가진 것이라곤 조각 같은 얼굴과 고귀한 작위 뿐. 3대에 걸친 막대한 빚을 상속받은 박복한 레니에는 대부호 코르테즈 후작이 급사하고 수도원에 틀어박혀있던 그의 외동딸 앙리에트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술김에. “이걸 좀 묶어주시겠어요? 자루에 구멍은 뚫려있겠죠? 일단 댁까지 저도 숨은 쉬어야 하니까…….” 정신을 차려보니 전부, 저질러져 있었다. “저어, 괜찮으셔요?” “예?” 여자가 친절하게 물었다. 어딘가 이상한데. “레니에 님. 여기는 안전한 곳이에요.” “…….” “이제 안심하셔도 되어요.” 이 상황에서 웃고 있어야 하는 게 적어도 납치당한 여자는 아닐 것이다. 안심해야 하는 쪽이 납치한 남자는 아닌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