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자주인공의 못된 시누이가 되었다

죽은 것도 억울한 데, 하필 이런 역겨운 불륜 미화 소설에 빙의하다니! 아버지의 불륜 탓에 불륜의 비읍 자만 들어도 파르르 떠는 사람으로 자라났건만.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던 중, 쉬어갈 겸 읽은 소설이 하필 여주와 남주의 불륜을 미화한 소설이었다. 소설의 결말에 화가 잔뜩 난 상태에서, 다윈 상을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기가 막힌 죽음을 맞이했는데……. 눈을 떠보니 문제의 그 소설, <이스라지 흐드러진> 속. 그것도 여자주인공 로잘린의 시누이, 루시아의 몸에 빙의했다. 불륜을 저지르는 아내의 마음을 어떻게든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운의 남자, 셰이머스 체이스의 여동생이 된 것이다. 불쌍한 셰이머스가 그런 처참한 끝을 맺는 것도, 자신이 악녀로 몰려 처단당하는 것도 싫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불륜을 저지른 인간들이 행복해지는 게 제일 싫다. 그런데, 이 세계의 신도 같은 생각이라고 한다. 불륜을 저질러도 당당하고, 불륜을 욕하는 게 촌스럽고 쿨하지 못한 짓이 되어버린 세상. 이 미친 세상을 뜯어고치라는 신탁을 받은 것이다. 졸지에 성자(聖者)가 된 건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여주와 남주의 행복을 망치기 위해서, 일단 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부터 개혁한다! 아, 물론 남들 모르게, 은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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