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머리를 박고 깨어났더니 내가 즐겨 읽던 소설에 빙의하고 말았다. 원작 속에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재력을 가진 부잣집의 외동딸로. 당황하던 것도 잠시 나는 이것이 둘도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바로 내 최애이자, 이 소설 속 흑막인 로커스와 만날 수 있는……. 동시에 그 ‘로커스’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걸! 나는 주먹을 쥐며, 다짐했다. 내가 빙의된 이상, 로커스의 인생은 평생 행복하고 부족함 없이 마무리되어야 해. 특히나 주인공들에게 밀리는 것 없이! 그가 밟는 길은 내가 모조리 금칠을 해 주겠어! 그러기 위해선……. ‘로커스는 어릴 적부터 불행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었다.’ 이 한 줄부터 소설 속에서 지워 버려야겠지. 아니, 그전에. 웃기네. 왜, 내 새끼가 흑막이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