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이섭의 연애

나, 태이섭. TK그룹의 압도적 후계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34년 수절 인생을 살아왔것만. 동갑내기 사촌이자 라이벌이었던 태준섭과의 경쟁에서 현재 스코어는 압도적 패배. 인생의 목표가 무의미해진 지금, 만사가 귀찮을 뿐이다. 유럽 출장이라는 핑계로 실컷 놀고 왔더니, 입사동기인 강민경이 비서 겸 업무보좌를 맡는단다. 수석으로 입사해 나에게 차석이라는 좌절을 맛보게 했던 그 강민경이. 나, 강민경. TK 간부 승진 코스를 착실히 밟으며 탄탄대로를 걷는가 싶더니만. 예쁜 외모에 더러운 인간성. 집요하고 쪼잔한 성격에 위선의 달인인 TK 황태자, 태이섭을 보좌하란다. 이제 모 아니면 도. 로또 아니면 쪽박이다. 후자의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 문제지만. 책 속에서 “능력 인정. 홍보실에서 송백재 수발을 들었으면 실크로드였는데. 어쩌다가 샜어요? 이렇게?” “새다니요, 저는 전무님 모시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 차장.” 이섭이 손을 까닥했다. 민경은 뒷좌석으로 고개를 조금 더 빼어 돌아다보았다. “입술 좀 봐.” “네?” 운전대를 쥐고 있던 김 기사가 어깨를 움칫 떨었다. 이섭의 시선이, 당황하여 반쯤 벌린 채로 굳어 버린 민경의 입술을 향했다. “바싹 말라 있네. 침도 안 바르고. 어? 무슨 그렇게 아침부터 거짓말을. 이제부터 그러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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