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장부라면 남편은 셋쯤 둬야지

시어머니에게 떠밀려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던 순간, 나는 기억해냈다. 여기가 삼류 무협지 <무림지존이 다 가진다> 속이라는 걸. “사라진 남편을 찾아 수절하다가 시어머니에게 맞아 죽는 역할이라니!” 그런 인생 따위, 내 쪽에서 거절이란 마음으로 이혼을 결심했다. 위자료로 남편의 영약과 비급을 챙기고 나오던 중 대화도 해 본 적 없는 남편의 사제와 딱 마주친 게 아닌가! 당황한 나머지 이혼하고 연애할 거라는 내 속내를 말해 버렸는데 “좋아요. 무릇 여장부라면 남편이 셋은 되어야죠.” “……뭐?” 이세하의 헛소리에 혈압이 오를지언정 탈출을 포기할 순 없다. 결국 옆구리에 딱 달라붙는 세하를 끼고 희는 무림으로 나섰는데, 이게 웬걸? 왜인지 자꾸 남자들이 달라붙는다! “남편이 셋이어도 가장 총애받는 본처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거 나 시켜줄 거냐고요.” 이런 소리를 지껄이며 나를 쫓아다니는 남편의 사제와, “생명의 은인께 인사 올리옵니다!” 내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줄 아는 댕댕이, “내가 누님을 잘못 볼 리가 없는데.” 나에게 묘하게 집착하는 동생에, “희.” 돌아온 전남편까지. 그냥 평화롭게 살고 싶었던 내 희망은 어디로 가는 걸까?

회차
연재목록
별점
날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