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은 다 끝났나?” 아린은 눈앞에 나타난 야수 때문에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넝마가 된 옷 사이로 보이는 거친 잔근육과 빛바랜 금색 홍채, 자기주장이 뛰어난 검은 동공을 넋 놓고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그의 눈동자는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엔 묘한 구석이 있었다. “사, 사람이세요?” 아린의 물음에 고독으로 점철돼 있던 패왕의 얼굴에서 환희가 꽃피웠다. “당신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 “내가 원하는 거? 단 하나다. 허락 없이…….” 차분한 표정과 다르게 그의 샛노란 눈이 불타오르는 거 같았다. 그의 혀가 야살스럽게 굴려졌다. “내게서 도망가지 마.” 아린은 등골이 차갑다 못해 서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