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명이 그대를 버릴지라도

대혁명의 성공 이후 공화정이 들어선 레앙. 혁명군 간부 아나이스는 황족들을 전원 총살한 동지들을 규탄하며 남부로 내려간다. 제정복고세력과 혁명군의 내전이 한창인 남부의 바스부르. 고통 받는 민간인들을 치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아나이스는 죽은 것으로 되어있는 2황자 레오나르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 반쯤 열린 차가운 입술 새로 더운 숨만이 뒤섞였다. 애정행각이라기보다는 흡사 잃어버린 온기를 되찾으려는 애달픈 접촉에 가까운 입맞춤이었다. 레오나르는 아나이스의 감긴 눈꺼풀 새로 또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침대를 짚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뺨과 목 사이를 부드럽게 감싸며 천천히 입술을 뗐다. 그제야 젖은 눈을 뜬 아나이스가 울음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전하는 유혹에 소질이 없으세요.” “그래도 넘어와 주는구나. 역시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이불 위로 흐트러진 은빛 머리칼을 정리하듯 매만지며 마주 웃은 레오나르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보다 깊고 진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제 몸을 영영 놓지 않을 것처럼 끌어안고서, 열린 입술 사이로 집요하고 간곡하게 파고드는 레오나르를 아나이스는 밀어내지 않았다. [ 혁명가&의사 여주 / 황자&도망자 남주 / 가상시대물 / 재회물 / 첫사랑 / 혁명 그 이후의 이야기 ] 시대의 여명이 그대를 버릴지라도 삶은 결코 그대를 흘려보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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