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에는 강압적인 관계 등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 바랍니다. 후계자의 실수로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게 된 리벨루아 백작가. 배상금을 충당하지 못한 오라버니를 대신해, 앙느는 가족들에게 떠밀리다시피 북부로 떠나 대공비가 된다. 그곳에서 만난 대공 데이몬드 크롬운드는 소문처럼 늙지도 않았고, 어딘가 비밀스러운데…. “후계자를 낳으면, 떠나게 해 주세요.” “건방지군. 아이를 원한다면, 매일같이 내 씨를 받아내야 할 텐데 말이야.” 제안에 흔쾌히 응하는 대공의 모습에 안심한 것도 잠시, 앙느는 절규했다. 자신을 안을 때마다 분노에 휩싸이는 얼굴. 밤이 지날수록 가학적으로 그녀를 안는 데이몬드. 화를 참아내면서도 끊임없이 저를 안는 대공의 모습에 앙느는 혼란스럽다. 금단의 단어라도 뱉어버린 걸까? *** 그는 하룻밤 새 10년은 늙어버린 얼굴이었다. 저를 똑바로 응시하는 얼굴에 숱한 감정이 깃들었다. 혼란, 자책, 후회, 죄책감 그 비슷한 단어들이 그녀의 눈으로도 확실히 보일 정도로. 그러나 그가 결코 불쌍해 보인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앙로란느.” “제가 기억을 되찾아서 무척 억울하겠어요. 당신이 했던 짓이 전부 드러났으니까.”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뱉은 그가 부르튼 입술을 기운 없이 들어 올렸다. “용서를 바라진 않아. 앞으로는 그대를 위해서, 원하는 걸 뭐든 들어주며 내 평생을 헌신하며 속죄하지.” 그가 하던 대로 앙느는 입가에 조소를 한껏 머금었다. “가소롭네요. 알량한 죄책감과 얕은 후회 따위로 포장한 겨우 그런 사과가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해요? 어디 두고두고 후회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