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을 것처럼 말라가지 말고, 그냥…… 있으라고.” 혈혈단신 홀로 남은 아진에게 유일한 갈망은 태윤이었다. 몸은 취할 수 있으나, 마음은 취할 수 없던 그. 그의 옆에서 말라 죽어가던 아진은 그에게 이별을 원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그는 아진을 붙잡았다. 지친 듯한, 그의 음성이 쇳소리처럼 긁혀 나왔다. “날…… 사랑해 줄 수 있나요?” “사랑이라.” “제가 겪은 감정, 상무님도 겪으면 좋겠어요.” 아진이 그의 옆에서 외로운 사랑을 할 때, 되려 마주했던 것은 행복감이 아닌 깊은 외로움이었다. 텅 빈 공동 같은 관계에, 그가 주는 한 줌의 애정을 받아먹으며, 저를 값싸게 팔아버렸다. 아팠으면, 그도 싸늘한 외사랑에 잠 못 이뤘으면. 당신이 날 보지 않은 만큼 굶주리며, 내 시선 한 조각에 들떠 봤으면. “앞으로 두 달. 그 짝사랑이란 걸, 한번 해 보지.” 지금껏 자신이 알던 그가 아님을 눈으로, 귀로도 확인했을 때. 그의 표정은 미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구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