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평생, 이복 언니의 대역으로 사육되어 온 제게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아무도 없는 별채에서 언젠가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저를 구해준 적군의 총사령관, 막스 워렌. ‘아, 안아주셨어요. 아, 아무도 저를 그렇게 안아주지 않아요. 제겐 주인님 밖에 없어요.’ 벙어리인 저를 구해주고 시녀로 거두어 준 사람. 그 사람을 사랑할 이유는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상하다. 귀염 받는 거,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하지 않았나. 제 가슴이 왜 이리도 요동치는지, 왜 이리도 아픈 건지. 욕심이 많아 그런 건지 묻고 싶어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무슨 일이지?” 그가 축축한 볼을 감싸 쥐었다. 뻐끔, 뻐끔.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저도 모르게 주제 넘는 질문을 하고 말았다. ‘주인님… 저는 애완동물인가요?’ 그는 얼마간의 침묵 후 부정했다. “…그렇지 않다.” 언제나 그에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제가 그 미묘한 머뭇거림을 느끼지 못 할 리 없다. 한 박자 늦은 대답에 그 여인이 제게 한 말이 사실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 할 일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구나. 오늘은 혼자 자렴.” 그는 억눌린 목소리로 보이지 않는 벽을 켜켜이 쌓고, 점잖은 거부로 저를 밀어냈다. 그 사람에게 저는 애완동물, 딱 그 정도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