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하고 잔악한 신(神)에게 바쳐진 제물. 누구도 살아 돌아온 적 없다는 그곳으로 은연은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고작 이런 걸 제물이라고 바친 것인가?” 발을 얽는 늪 같은 초록빛 눈동자. 인간에게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색이었다. “당신은 신이 아니야…. 야차나 짐승 같은 거야.” “그렇게 따지면 내 밑에 깔린 너 또한 짐승이지. 가련하고, 불쌍하고, 또 먹음직스러운.” 그는 가혹하게도 은연에게 선택지를 주었다. “그 가련한 목숨을 잃는 것과 나를 받는 것. 둘 중에 무엇을 택할 셈이지.” 양껏 취하다 결국엔 잡아먹는다는 그는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웠다. 그 수많은 목숨들을 앗아가 놓고도, 그녀를 이토록 능욕하고도. “두려워하는 낯과 다르게 잘도 받아먹는군. 질질 흘리면서.” 잔인하게 스미는, <은연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