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악녀가 길들인 짐승

소설 속 유일무이한 진짜 악녀는, 아름다운 외모의 사내를 데려와 평생 그를 길들여놨다. 그는 공포를 한계까지 참아낸 후 그녀에게 애원하는 법을 배웠으며 목줄을 풀어도 결코 도망칠 수 없는 짐승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 짐승은 사랑에 빠져 자신을 구원해준 여인과 함께 황제가 되어 악녀를 영원한 굴레 속으로 빠뜨린다. 라는 대목이 있는데, 하필이면 남주를 반쯤 길들여놨을 시점에 빙의했다. ……어쩌지? 일단은 세뇌를 조금씩 풀어보자. 그다음은…… 참회하는 척하자. 아멘. *** “찾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황제 폐하.” “내가 당신의 이 손길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그러면서 그는 내 손목을 붙잡은 채 손을 잡아당겨 제 볼에 가져다 대곤 천천히 쓸어내렸다. 소설 속 악녀, 일리아나가 그를 칭찬할 때 늘 그랬던 것처럼. “나는 당신을 길들일 겁니다. 당신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짐승으로.” 그렇게 원치 않게 그의 볼을 쓸어내린 손바닥이 이윽고 그의 입술에 닿았다. 그가 손바닥에 짧게 입을 맞춘 후 천천히 손을 떼어냈다. 일러스트 : 케이 타이포 디자인 : 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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