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자의 심장

남부의 작은 도시에서 보안업체를 경영 중인 윤희영. 어느 날 회사에서 경호를 맡은 호화 크루즈 파티에 경호원이 모자라는 사태가 벌어지고,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본인이 직접 현장에 나가기로 한다. 특근 수당이나 챙기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때우던 차에 갑작스레 그의 앞에 나타난 북부의 귀족이라는 여자. 눈이 번쩍 뜨이게 아름다운 얼굴이지만 어째 자신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그가 알고 있는 누군가를 굉장히 닮은 것 같다. *** “봐요, 윤희영 씨.” 그는 희영의 이름을 부르며 가까이 다가왔다. 희영은 그 목소리에서 기묘하고 부정할 수 없는 기시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름을 말했었나? 다리가 부러져 있는 긴 의자의 등받이 부분에 그가 대충 걸터앉자 비로소 희영과 눈높이가 엇비슷해졌다. 희영은 가까운 곳에서 그를 찬찬히 보았다. 장식이 죄다 뜯어져 나간 실크 드레스는 몸 선을 좀 전보다 분명하게 드러냈고, 덕분에 좀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넓은 어깨와 근육질의 단단한 팔이 눈에 들어왔다. 끊어져 흘러내린 어깨끈 사이로 드러난 가슴은 여자처럼 부드러워 보이지도, 부풀어 올라 있지도 않았다. ‘여자가 아니었네.’ 마지막으로 희영의 시선이 그녀, 아니 그의 얼굴에 머물렀다. 도자기를 빚어 놓은 듯 곱고 단정한 얼굴은 희영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연상시켰지만, 정확히 누군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나 모르겠어요?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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