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랑방 손님과 나무꾼

까칠공, 츤데레공, 초딩공, 절륜공, 미인공, 집착공, 상처공, 인외존재공, 다정수, 순진수, 허당수, 헌신수, 짝사랑수, 호구수, 단정수, 얼빠수, 나무꾼수 “너는, 시키는 건 뭐든 하겠다. 그렇게 말했다.” “에?” “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내 그때 이곳을 떠나겠다.” 단정하고 성실한 나무꾼은 어느 날, 깊은 산중에서 곤란에 처한 이를 돕게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성격 나쁜 천인에게 코가 꿰이고……. 목숨을 담보로 천인의 나무를 키워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 천인이 하늘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살고자 나무꾼은 나무를 키워보지만, 꽃보다 먼저 피어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천인에게 홀라당 반해 버린 나무꾼의 연심이었다. “나리가 너무 좋습니다. 어찌합니까.” 크라는 나무는 그대로이건만 나무꾼의 연정만은 무럭무럭 자라나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천인에게 몸과 마음을 모두 빼앗겨 버린 상태! 나무를 핑계로 배부터 맞춘 두 사람의 관계는 급변하게 되지만 천인은 하늘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천명을 지녔으니……. 과연 이들의 사랑은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 달아오른 얼굴이 점차 발갛게 익어갔다. 발긋한 귓바퀴와 붉은 기가 번져가는 목덜미가 시선을 끌었다. 남자는 입이 마르는 것을 느끼며 입술을 축였다. 그사이 나무꾼은 결심한 듯 눈을 질끈 감고 애처롭게 부르짖고 있었다. “저의, 소인의 정(精)을 내놓으라 하셔놓고! 어, 어, 어찌 그런 망측한 말씀을 하십니까!” 결국 나무꾼의 촉촉한 눈망울에 눈물이 더해졌다. 바쁘게 깜빡거리는 눈꺼풀 사이로 젖은 눈동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그 눈가에 어룽진 눈물을 빤히 응시하며 남자는 마지막 걸음을 떼었다. 홧홧하게 달아오른 얼굴과 시근덕거리는 숨소리, 거기다 눈물이라. 그 모습이 몹시도 볼만하다고 생각하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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