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셀프 디스트럭티브 러브

지각 변동으로 인해 세계는 열두 개의 대륙으로 나뉘었고, 각각의 대륙은 1월부터 12월까지를 이름으로 삼았다. 그중 악명 높은 마피아 유리 소볼레프의 지배를 받고 있는 11월 대륙. 그곳에 S급 에스퍼, 크리스 다닐이 있었다. 그리고 세간에서는 크리스 다닐을 일컬어 '유리의 사냥개'라 불렀다. ------------------------------------- 다시금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 공포가 아닌,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사실 종전부터 온갖 감정이 벅차오르는 탓에 그는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가늠하기 힘들었다. “너는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빚이 있어.” 모든 것이 모호한 그 치고는 상냥한 설명이다. “도망칠 생각은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난 빚은 끝까지 쫓아가 받아내는 성격이니까.” 검게 가라앉은 보랏빛 눈을 들여다본 크리스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에겐 오로지 환희로 남은 이 감각이 그에게는 단지 끔찍한 일이었음을.

회차
연재목록
별점
날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