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섭우춘빙

쨍그랑- 가면이 반으로 쪼개지며, 이 세상의 것이라 생각하기 힘든 조각 같은 생김새가 드러났다. 만지면 분이 묻어나올 듯 하얀 피부, 시원하게 뻗은 콧날, 모양 좋은 입술까지. 장인이 깎아낸 듯 정교한 이목구비는 세월을 잊은 듯했다. 한때 삼단처럼 검었던 머리카락은 저 북방의 설산처럼 희게 변했다.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대기 중으로 흩어질 것만 같은 위태로운 아련함이 더해졌다. 가면이 벗겨지며 느릿하게 깜박이는 속눈썹 아래 드러난 눈은 흑옥을 가져다 박은 것처럼 고아하고 영롱한 빛을 머금었다. 예강오와 태양 외에는 목격한 자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한없이 예술품에 가까운 외양이었다. 그러나 그토록 찬탄해 마지않을 미남을 앞에 두고, 예강오의 표정은 서서히 무너져내렸다. 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송옥과 반악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을 세기의 미남이라서가 아니라, 한때 강오의 보호자였던 자이기 때문이었다. “당신입니까.” 흑천주의 막내 제자 예강오가 경애하고, 연모해 마지않던 사내. 강호의 모두가 그저 실종된 것으로 여기고 있는 백라궁주 단우효가 그곳에 있었다. “이때가 되도록 내내, 당신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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