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좋공 #요리잘하공 #수먹이는게낙이공 #수덕후공 #순진한데절륜하공 #내적주접이공 #첼리스트수 #잘놀라수 #먹방수 #귀염귀염댕댕이수 #치유받수 #올겨울힐링은여깁니다 무슨 생각만 하면 기승전귀엽으로 끝나지. 자신이 키운 괴물을 피해 외딴 섬 오지도로 오게 된 리온. 그 좋아하는 첼로조차 제대로 켜지 못할 만큼 상처를 잔뜩 끌어안은 리온은 오지도 토박이이자 동갑내기인 훈을 만나 오지도에서 지내는 동안 보살핌을 받기로 한다.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요리를 차려내는, 다정하기 이를 데 없는 훈에게 조금씩 치유받으며 리온은 점점 그 나이 또래다운 모습을 되찾아간다. 한편, 그런 리온을 치유해주는 장본인인 훈은 생전 처음 보는 유형의 귀여움을 가진 리온에게 점점 빠져드는데…. 쌍방힐링의 진수를 보여주는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미리보기] 기억을 더듬어 오르막길을 오르니, 비로소 안도감이 찾아왔다. 이것도 아는 길이라고 반가웠다. 숨이 차서 헉헉거리며 올라가는데 무언가가 대문 앞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커다란 덩치의 무언가가 느릿하게 담장 너머로 안을 살피는 걸 바라보는데,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곰? 곰인가? 섬인데 곰이 있어? 아니 우리나라에 야생 곰이 있었나? 곰치고는 좀 작은 거 같기도 하고, 사람이라고? 저 크기가? “누, 누구야. 왜…. 내 집 앞에 있어?” 곰인지 사람인지 모를 검은 그림자가 리온의 목소리를 듣더니, 몸을 틀어 가까이 다가왔다. 리온은 겁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오, 오지 마. 소리 지를 거야.” “잠깐만….” 곰이 사람 말을 했다.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리온의 귓속으로 깊게 침투했다. 가슴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에 리온은 팔뚝에 돋아난 소름을 파들거리며 털어냈다. 사람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울린 적은 처음이었다. 아니. 애초에 사람이 맞긴 한 건가? 어쨌든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차분한 목소리와 함께 들리자 리온은 겁에 질린 채, 존대로 바꿔 물었다. “…누구세요?” “놀라게 해서 미안해. 밥. 밥 가져온 거야. 집에 불이 꺼져 있어서. 여기다 내려놓고 갈 테니까 가지고 들어가.” 커다란 남자는 몸을 숙여 바닥에 무언가를 내려놓고 조심스레 뒷걸음질을 쳤다. 어느 정도 안전한 거리가 확보되자 리온은 마음을 놓았지만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남자는 천천히 몸을 뒤로 물리며 리온에게 말했다. “난 그만 가볼게.” 리온은 그 자리에서 남자가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남자가 놓고 간 것은 검은 봉지였다. 검은 봉지를 유심히 보던 리온은 들고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배가 고파 결국 봉지를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온 리온은 봉지 안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게 뭐야? 밥이라며.” 봉지에서 꺼낸 것은 큰 그릇에 담긴 비빔밥인지 음식물 쓰레기인지 모를 비주얼의 음식이었다. 확실한 건 자신이 아는 비빔밥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먹을 수 있는 거 맞아? 이런 걸 어떻게 먹어. 이 비닐 끈 같이 생긴 건 뭐야.” 남자가 가지고 온 음식은 해초 비빔밥이었지만, 리온은 해초가 낯설었다. 알고 있는 해초라고는 미역이나 다시마가 다였는데 이건 그런 모습도 아니었기 때문에 리온의 눈에는 도무지 음식으로 보이지 않았다. “놀리는 건가. 이게 뭐야.” 식탁에 양푼을 대충 놓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축 늘어졌다. 춥고 피곤하고 배고팠다. 쉬는 걸 목적으로 선택한 곳이었는데, 전부 엉망이었다. “여기 싫어.” 한참을 투덜거리는데 어디선가 고소하고 새콤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리온은 오래 걸리지 않아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냈다. 양푼에서 나는 냄새였다. 상큼하고 고소한 냄새 때문에 저절로 침이 삼켜졌다. 하지만 리온은 한참 양푼을 바라만 보며 망설였다. 이미 손에 숟가락을 들고 있으면서 의미 없는 고민 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 어떻게 먹어. …한 입만. 먹어보고 맛없으면 버릴까?” 숟가락에 반만 퍼 올려 입에 넣은 후, 눈을 꼭 감고 씹었다. 입안에 맴도는 매콤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단번에 식욕을 당기게 했다. 고소한 향과 함께 오독거리는 식감과 소리가 한층 더 맛을 북돋웠다. “맛있다.” 리온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심히 입을 오물거리며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분명 한 입만이라고 했는데, 리온은 텅 비어버린 양푼을 보자 머쓱해졌다. 춥고, 배고팠고 무서웠던 기억은 해초 비빔밥 한 그릇에 전부 날아갔다. 섬의 첫날밤은 배부르고 고소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덩치가 매우 컸던 곰 같은 남자의 울림 있는 목소리도 함께 남았다. [섬마을 댕댕이 외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어지는 훈과 리온, 두 사람의 쌍방 힐링. 여전히 서로를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또 함께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력 있는 첼리스트로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리온과 양식왕의 꿈을 이룬 훈의 연애에는 원거리 연애부터 군입대, 그리고 사랑하는 할머니와의 이별까지 크고 작은 고난들이 함께하는데…. 두 사람은 어떻게 그 고난들을 이겨내고 사랑스럽고 다정한 모습으로 살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