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상사 놈이 냅다 고백함

나는 미래를 안다. 여기는 BL 소설 속이고, 내가 모시는 상사 놈은 꽃집주인을 감금할 운명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굴러간다.

“참, 우리 정 비서는 신기하단 말이야?”

등골이 오싹해졌다. 자고로 상사의 관심이란 절대로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게 세계관상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에, (예비)집착광공이라는 특수 속성까지 갖춰진 상태라면 더더욱.

“하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일 뿐인데요.”

나는 일부러 시선을 아래로 비스듬히 내리고, 어수룩한 척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렇지만 제 노력이 조금이라도 부사장님께 도움이 되었다면 보람차고 기쁩니다.”

은근슬쩍 나의 성실성을 어필하는 건 보너스였다.

“아니.”

상사 놈의 냉정하기 짝이 없는 차가운 얼굴에, 비웃음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미소가 짧게 걸렸다가 사라졌다.

“이상하지. 밋밋하기 짝이 없는 얼굴인데, 왜.”

내 얼굴에 불만 있냐? 성형수술 비용이나 대주고 말해! 콱, 씨!

…라는 말을 하고는 싶었지만, 제때에 카드값과 월급을 떠올린 나는 얌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당신, 왜 자꾸 거슬리나.”

님도 아까부터 제 심기를 거스르고 있는데요?

그런데 다음으로 이어진 놈의 말에, 나는 아무 불평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랑 사귀자.”

뭐요? 제가 왜 님이랑 사귀어요?

“정주헌. 대답.”

(예비)집착광공 상사 놈이 느닷없이 교제 신청을 했다. 원작대로 꽃집주인이 아니라, 비서실장인 나에게. 살려줘.

[원작의 집착광공 X 엑스트라 / 집착공, 능력공, 재벌공, 극우성알파공, 착각공, 짝사랑공 / 비서수, 쫄보수, 도망수(산책수), 하찮은 조빱수, 착각수, (의도치않은) 다정수, 소시민수, 능력수, 베타수→오메가수(후반부 형질변화 예정) / 오메가버스 / 사내연애 / 리맨물 + 클리셰 듬뿍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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