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스포트라이트

망돌 레드문의 메인 댄서였던 이지오는 괴물 신인 HEX의 막내 권요한에게 빙의한다. 그것도 첫 만남에. 얼떨결에 요한이 된 지오는 HEX의 멤버가 되어 열심히 요한을 연기하는데... 마음과는 다르게 허약한 몸은 무대가 끝나면 쓰러지기를 반복하고, 리더인 윤지혁은 그를 팀의 불안 요소라 생각하며 집요하게 곁을 맴돈다. 그저 열심히만 하고 싶었건만 지오의 주변엔 점차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예상은 한 치의 빗나감도 없이 맞아떨어졌다. “……1위는, HEX! 축하합니다!” 막방을 트로피로 장식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번 1위 세레모니의 내용은 사전에 공지되어 있었다. 나는 무력하게 품에 쑤셔 넣어진 트로피를 꽉 껴안고 몸을 내맡길 수밖에 없었다. 기념으로 막내를 헹가래 하겠다고 누가 입을 털어놨거든. 그 주범인 두 녀석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하나, 둘!” 천장까지 집어 던지려는 둘과 그들을 통제해 보려는 둘이 만나니 어찌 보면 밸런스가 맞았다고 볼 수 있겠다. 너무 과하지 않은 높이에 몸이 붕 뜨는 감각은 그럭저럭 즐거웠다. 그렇다고 반고리관이 춤추는 감각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우욱…….” 땅에 발을 딛자마자 절로 헛구역질이 나왔다. 와중에 안고 있던 트로피는 목이 부러져 있었다.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나는 트로피를 좀 더 꽉 끌어안았다.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다리가 풀렸으면 조금 꼴사납더라도 팔로 균형을 잡았어야 했는데. 자세가 확 무너졌을 때는 이미 스스로 수습하기엔 늦은 상태였다. 꼴사납게 넘어지기 전에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다. “조심.” 조심이고 나발이고 눈앞이 도는데……. 자신의 품에 나를 반쯤 집어넣다시피 하며 부축을 해 준 상대는 윤지혁이었다. 그대로 나는 대기실을 향해 질질 끌려갔다. 도착해서 의자에 앉을 때쯤엔 시야도 멀쩡히 돌아온 뒤였다. 윤지혁은 따스하게 웃으며 일의 원흉들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이런 건 꼭 상의하고 언급하는 거야. 알겠지?” 그러곤 어린애들을 타이르듯이 타이른다. 나는 무심코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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