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혁 (공): 한국 본사 공급관리팀의 차장으로, 집안도 좋고 개인의 능력도 좋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원리원칙을 중요시하고, 까칠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 김선비 (수): 독일법인 회사 영업팀 과장으로, 젊은 나이에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성벽을 일찍 깨달은 탓에 사고를 치고 쫓겨나 쭉 해외에서 머물렀다.
독일 법인 세일즈맨 김선비 과장은 원만한 제품 수급 덕분에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공급 담당자인 이진혁 차장이 등장하기 전까진!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진혁에게 일방적으로 매달려 애원하는 전화를 주고받는 데 익숙해질 즈음, 술을 진탕 마시고 대형 사고를 쳤다.
“…차장님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핸드폰을 내던지면서 통화를 종료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조용한 걸 보면 아마 통화가 끊긴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선비는 애써 억누르고 있던 목소리를 크게 내기 시작했다.
“흐읏, 하아… 하윽.”
-…….
그때, 통화가 끊겼다고 생각한 휴대폰에서 전신을 저릿하게 자극했던 진혁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선비, 지금 나 가지고 뭐 해?
* * *
얼마 후, 출장 안내 메일 한 통과 함께 이진혁 차장이 날아왔다. 직접 독일법인까지!
“술 마시고 전화했던 날. 김 과장님 독일어로 뭐라고 하셨는지 기억해요?”
“…….”
“ich komme. 나는 온다. 똑같은 뜻인데 어떤 나라에서는 간다라고 하고 어디선 온다고 하는 게 신기하지 않아요?”
“…아뇨. 별로.”
“어쨌든 그날 잘 오셨는지 모르겠어요.”
“…….”
“선비 과장님, 그날 온다는 소리에 저도 올 지경이었어요. 아니, 갈 지경이라 해야 하나? 앞으로 잘 지내봐요. 기대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