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죽고 싶지 않아. 소설 ‘오메가의 세계’에 빙의했다. 그것도 사랑했던 남자한테 버림받은 채 끝끝내 생을 마감하는 비운의 캐릭터인 서이경으로 말이다. 모든 걸 알고 시작한다면, 결말도 달라질 수 있을까? *** “저 승재 씨 안 좋아하니까, 마음 안 쓰셔도 돼요.” 아직 이야기의 초반이라면, 그에게 명확하게 말해 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그에겐 다른 사람이 생길 텐데. 자신은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전혀 아무렇지 않다고, 그러니 제게 마음을 쓸 것도, 염려할 일도 없다고. “…….” 그런데, 한승재의 눈썹이 미세하게 치솟은 건 착각인 걸까. 서이경의 머릿속에 적색경보가 거듭 울렸다. 한승재가 시선을 들어 차가운 눈을 맞댔다. “서이경, 내 배려는 여기까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