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어드의 개는 짖지 않는다

〈19세 이상〉
시어드의 개. 그것은 짖어서도 안 되고, 물어서도 안 되며, 오로지 주인에게 순종해야 하는 이를 향한 멸칭. 대공가의 후계자 키안 라니에로는 슈나이언 아카데미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돈을 받고 몸을 파는 헤이즈 시어드와 만난다. 처음에는 헤이즈에게 혐오와 경멸을 품었던 키안이지만, 시간이 흘러 헤이즈를 마음에 품게 되고 그를 불행에서 구원해 주고자 한다. 그러나 애정을 쏟은 키안에게 돌아온 것은, 결코 용서 못할 과거와 헤이즈의 배신뿐이었다. 그로부터 5년 후, 키안은 복수를 위하여 시어드가로부터 헤이즈를 사들인다. 복수를 위해 가해지는 폭력과 희롱, 모욕과 비난.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며 망가져 가는 헤이즈. 헤이즈를 상처 주기 위한 행위가 거듭될수록, 키안은 도리어 상처 받으며 괴로워하는데……. 사그라지지 않는 애증의 연쇄. 더는 무너질 바닥조차 없는 절망의 끝. 이제 두 사람에게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 [본문 중] “울어요?” 키안의 다정한 목소리가 헤이즈의 온몸에 스며든다. “왜요? 뭐가 슬퍼서? 설마 나에게서 오랜만이다, 보고 싶었다, 그런 인사가 듣고 싶었던 거예요?” 키안이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헤이즈의 새하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 주었다. 그 손길은 5년 전과 변함없이 다정하고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악의를 둘렀다. “내가 선배를 그 지옥에서 구해 주길 원했어요? 5년 동안 지하에 갇혀 있다가 나를 봤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어요?” 키안의 다정한 목소리는 오로지 헤이즈를 상처 입히기 위해서만 공기를 울릴 뿐이었다. “아니면, 내가 여전히 선배를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착각했나?” 그 말에 헤이즈가 간신히 눈을 뜨고 키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헤이즈의 탁한 눈동자에는 더 이상 키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흰색과 검은색 물감을 마주 뭉개 놓은 것처럼 보일 뿐. “미안해. 미안해, 키안. 내가…… 잘못했어…….” 잔뜩 쉰 목소리로 헤이즈가 중얼거렸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자 고여 있던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헤이즈의 사과에 비아냥대던 키안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 사과는 5년 전에 했어야죠.” 날카로운 키안의 말에 헤이즈는 온몸이 베이는 듯 아팠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헤이즈가 천천히 눈을 떴다. 아직 잠결이 남아 있는 금색 눈동자에 빛이 돌았다. 닫혀 있던 세계가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았다. 키안은 그 모든 장면 장면을 뇌리에 새기듯 숨조차 쉬지 않고 그저 그를 마주 보았다. 헤이즈는 키안을 발견했으나 눈앞의 그가 꿈인지 생시인지 가늠하듯 한참 반응이 없었다. 이 눈에서 그렇게 많은 눈물이 쏟아졌던 것인가. 어쩐지. 이 아름다운 사람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키안은 가슴 한쪽이 시큰거리는 것을 느꼈다.

회차
연재목록
별점
날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