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성녀는 악마를 소환합니다

“앨리네스 잔 루치아. 대악마인 당신과 계약을 원합니다.”


수많은 후회 속에서 복수를 다짐하며 성녀가 되기 1년 전으로 회귀하였다.

웬리는 드디어 벨제를, 악마를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하, 재미있군. 내가 어떤 조건을 제시할 줄 알고?”

“뭐든요. 뭐든, 드릴 수 있어요. 당신과 계약만 할 수 있다면요.”



그러나, 언제나 그녀를 볼 때면 서려 있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이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과거의 기억도, 아픔도, 사랑도 모두 안고 돌아온 건 자신뿐이었다.

그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다.



“……웬리. 웬리라고 불러주세요. 당신은 나를 그렇게 불렀어요.”

“우리가 과거에 만난 적이… 있나?”



그런데, 왜 당신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그렇게 다정한 눈으로 날 바라보는 걸까.



**



“왜요? 내가 신경이 쓰이나요? 나를…….”



벨제가 자신의 큰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노골적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웬리가 몸을 움찔 떨었다. 하지만 물기 어린 연하늘빛 눈동자만큼은 당당함을 잃지 않고, 빛이 났다.

그 눈은 지독하게 사랑스러웠다. 당장이라도 피곤함에 움푹 팬 저 두 뺨을 잡고, 입술을 맞대고 싶을 정도로.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이군. 나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그런 말로 넘어가려 하지 말아요. 이미 봐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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