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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괜찮으니 계속해요. (2/110)

2. 괜찮으니 계속해요.2021.04.08.

칼날 같은 그 눈빛에 태령은 당혹스러웠다. 눈앞의 남자가 아내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남편이라는 게 믿을 수 없어서.

16564537316679.jpg“서 회장님께 들어서 저도 오늘 알았어요.”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선 차분히 대답했다.

16564537316686.jpg“보기와 다르게 성격이 살가운가 봐요. 할아버지랑 연락까지 하는 걸 보니.”

듣기 좋은 저음의 말투는 여전히 깍듯했지만, 이번만큼은 확실히 느꼈다. 자신을 향한 남편의 경멸을. 도대체 왜.

16564537316679.jpg“저 대신 엄마가 회장님께 안부 전화를 자주 드려요.”

16564537316686.jpg“그게 그거 아닌가.”

나직한 중얼거림이 귓가에 아프게 박혀 든다.

16564537316679.jpg“그렇게 생각하면 할 말 없구요.”

순종적인 자태로 무감하게 대답하는 태령의 얼굴에 집요한 시선이 꽂혔다.

16564537316686.jpg“근데요, 부인.”

난생처음 듣는 호칭이 귓가에 모래알처럼 걸려들었다.

16564537316686.jpg“좀 많이 낯서네요.”

그 한마디에 태령은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16564537316686.jpg“남 같다고 해야 하나.”

설마 뭔가를 눈치챈 걸까. 메이크업과 스타일링 모두 그대로인데.

16564537316686.jpg“아니면, 3년 만이라서 그러나.”

느릿하게 말을 잇는 그 순간조차, 남편은 집요할 만큼 태령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16564537316686.jpg“아, 원래 우린 남보다 못한 부부 사이죠. 앞으로도 쭉, 맞죠?”

반사적으로 고개를 든 태령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선명한 눈동자와 맞닥뜨렸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방금 전의 말들은 마지막 말을 하기 위해 깐 밑밥에 불과하다는 걸. 부드러운 어투는 묻는 듯했지만, 그건 곧 남편이 보내는 메시지였다. 앞으로도 우리 사이는 이래야 할 거라는. 남편이 어떤 눈빛으로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표정으로 무슨 행동을 하든. 절대 동요하지 말고 초연하자고 마음을 추스른 게 10분 전이다. 그런데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서강준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움도 잠시뿐 태령은 빠르게 차분함을 되찾았다. 어차피 이 남자와 거리를 두어야 했는데, 잘된 일이었다.

16564537316679.jpg“……네.”

다소곳하게 대답하자 그가 다시 한번 물어왔다.

16564537316686.jpg“내게 질문할 건?”

지금 태령은 얼른 남편과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꼭 물어야 할 게 하나 있긴 했다.

16564537316679.jpg“오늘 집에 들어올 건가요?”

감이었다, 이 남자가 집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건. 그리고 태령의 예상은 적중했다.

16564537316686.jpg“안 들어가요.”

16564537316679.jpg“그렇군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중얼거리던 태령은 흠칫, 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의 눈빛은 더 차갑게 굳은 후였다.

16564537316686.jpg“서로 예상 못 했던 만남이니 오늘은 각자 갈 길 가는 걸로 해요, 이의 없죠?”

16564537316679.jpg“이의는 없지만 부탁은 하나 있어요.”

남편과 공항에서 바로 헤어졌다고 하면 조 여사가 난리를 칠 게 뻔했다. 그걸 보느니 지금 좀 불편해도 노력했다는 증거를 만드는 편이 나았다.

16564537316679.jpg“목적지까지 내가 데려다줄 수 있게 해줘요.”

예를 들면 선약이 있는 남편을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다는.

16564537316686.jpg“서로 불편할 일을 굳이 해야 할까 싶은데.”

16564537316679.jpg“서로 미안할 행동도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말대답은 예상 못 했는지 강준의 눈이 흥미롭다는 듯 가늘어졌다.

16564537316686.jpg“고집스럽네요.”

16564537316679.jpg“고집이 아니라 아내의 기본 도리라고 생각해요.”

16564537316686.jpg“그렇다면 부인 뜻대로.”

미묘하게 달라진 눈빛으로 바라보던 강준이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차 키를 주라는 의미였다.

16564537316679.jpg“제가 운전할게요.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할 텐데.”

16564537316686.jpg“빚지는 건 딱 질색입니다. 특히 태령 씨에겐 더더욱.”

잠시 망설이던 태령은 결국 그의 손에 차 키를 올려놓았다. 손끝이라도 닿을까 굉장히 조심스럽게 천천히 툭, 떨어뜨렸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그걸 본 강준이 희미하게 눈가를 구기는 걸 태령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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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사람을 태운 차는 대화 한마디 없이 오십여 분을 달렸다. 강준은 앞만 보았고 태령은 스쳐 지나가는 창밖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럼에도 그의 운전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고 있었다. 창밖의 풍경은 쾌속처럼 스쳐 지나가고 차선변경은 수시로 이루어졌다. 둘만 있는 이 순간을 일 분 일 초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을 운전으로 대변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안전벨트에 갇힌 몸은 미세한 미동이나 반동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느린 속도로 직진만 하는 거라고 착각할 만큼. 번잡한 곳을 벗어난 차는 이제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도대체 목적지가 어디길래. 태령은 궁금했지만 그에게 묻진 않았다. 어디든 그의 목적지까지 동행하면 오늘의 임무는 종료니까 조금만 참자. 그때였다. 끼이이익-. 거칠게 브레이크 밟는 소리와 함께 안전벨트를 했음에도 태령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16564537316686.jpg“괜찮아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태령은 눈동자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음에도 단단한 팔이 태령의 어깨와 가슴 사이 어딘가를 가로막고 있었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나온 반사 신경일 것이다.

16564537316686.jpg“잠시만.”

양해를 구한 그가 비상등을 켠 후 차에서 내렸다. 그의 동선을 눈으로 좇는 태령의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쿵쾅거리고 있었다. 허리를 숙였다 세운 그의 손 위엔 놀랍게도 새끼 고양이가 있었다. 그가 급브레이크를 밟은 이유기도 했다. 새끼 고양이를 안전한 곳에 내려주고 나서야 강준이 차에 올라탔다. 물티슈로 손을 닦고 손 청결제를 꼼꼼히 바르는 손놀림만 보아도 그가 결벽증이란 건 알 수 있었다. 태령이 가만히 바라보자 강준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16564537316686.jpg“새끼 고양이가 많이 더럽더군요.”

새끼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에게 간 걸 확인하고 나서야 강준은 차를 다시 출발시켰다.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하며 태령은 남편에 대한 첫 번째 결론을 내렸다. 서강준은 참 이율배반적인 남자라고 말이다. 더럽다면서 굳이 고양이를 안아서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준 행동도. 경멸하듯 바라보면서도 그가 보인 무의식적인 매너도. 오성급인 팰리스 호텔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태령의 핸드폰이 울렸다. 급한 일이 아니면 연락하지 말라는 언질에도 김 비서가 전화했다는 건 급한 용무라는 뜻. 그런데 타이밍이 오묘했다. 하필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라니.

16564537316679.jpg“통화가 길어질 것 같은데. 제가 전화를 받아도 될까요?”

작별인사만 할 거면 얼른 하고 우리 헤어져요. 그게 태령의 속내였다. 명분은 충분히 만들었으니 이제 강준의 말대로 서로 갈 길 가면 되는 거니까.

16564537316686.jpg“1003호. 할 말 있으니 통화 끝내고 올라와요.”

작별인사 대신 호실을 알려주고 호텔 안으로 사라지는 강준을 바라보며 태령은 중얼거렸다.

16564537316679.jpg“그냥 헤어져 주면 얼마나 좋아.”

  *** 팰리스 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1003호. 벌써 5년째, 독일 출장이 정해진 순간부터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강준이 머무르는 곳이었다. 오랜 시간 강준을 보좌했던 경수 외엔 이 공간에 발을 들인 이는 없었다. 설사 그게 가족이나 친구라고 해도. 그런데도 유태령을 충동적으로 이곳에 초대했다. 원래는 호텔 앞에서 해줘야 할 통보만 한 후 그녀를 보란 듯이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소곳한 질문 안에 숨겨진 의도를 알아차린 순간 심기가 뒤틀렸다.

16564537316679.jpg‘통화가 길어질 것 같은데. 제가 전화를 받아도 될까요?’

우리 이만 헤어지면 안 될까요. 그렇게 돌려 말하는 게 맹랑하고 발칙했다. 현모양처인 척 연기를 할 거면 끝까지 할 것이지, 순간순간 본래 성격을 그렇게 드러내니 말이다. 샤워를 끝낸 후 강준은 가운을 걸치고 응접실로 나왔다. 통창으로 투시된 햇살을 조명처럼 몸에 휘감은 유태령이 서 있었다.

16564537316679.jpg“문이 활짝 열려 있어서 들어왔어요.”

아내에게 다가서는 대신 강준은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맞선 자리에서도 유태령은 지금처럼 서 있었다. 의자를 빼주기 전까지는 절대 못 앉겠다는 것처럼. 실물로 본 유태령은 예상대로였다. 사치스럽고 불같은 성격에 모든 남자를 제 발아래 둔 것처럼 하늘을 찌르는 오만함. 그리고 화려한 외모만큼 남자를 잡아끄는 강렬한 색기까지. 하지만 지금 제 눈앞에 있는 아내는 뭐랄까. 오만하기보단 도도했고 화려하다기보단 단아했으며 강렬한 색기보다는 남자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쪽이었다. 인간 카멜레온도 아니고. 더욱더 차가워진 선명한 눈동자로 아내를 바라보며 강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16564537316686.jpg“샤워는 해야겠고.”

강준에겐 유태령보다 알리샤 바튼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아내였다. 알리샤와 결혼을 결심한 순간 뒷조사를 했고 그러다 우연히 알아냈다. 알리샤 바튼은 가짜였고 이노그룹 장녀 유태령이 진짜 신분이라는 걸. 뒤늦게 받은 보고서는 왜 이노그룹 장녀임을 숨기고 알리샤란 가명을 썼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파티와 쇼핑에 중독된 화려한 삶, 끊이지 않았던 문란한 남성 편력. 관련 보고서만 해도 수십 장이었지만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그걸 보면 꽤 치밀한 성격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맞선 때까지만 해도 강준에게 아내는 실제로 그런 여자였다. 상견례 자리에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른들이 대화를 주도했고 유태령은 고개를 숙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뻔하던 여자가 180도로 바뀐 건 결혼식부터였다. 눈빛, 표정, 분위기, 말투, 하다못해 별 의미 없는 손짓까지. 연기라고 하기엔 물 흐르듯 우아함과 단정함이 자연스럽게 흘렀다. 이렇게까지 연기해서 뭘 얻겠다고.

16564537316686.jpg“내 부인께선 언제 올라올지 모르니까.”

설마, 진짜 결혼 놀이라도 해보겠다는 건가. 과거에 저질렀던 일들은 조금의 책임도 지지 않고 깨끗하게 잊고 새출발이라도 하려고?

16564537316686.jpg“문을 열어놓는 수밖에.”

그렇다면 아내는 더 신중했어야 했다. 그 출발선에 자신을 신랑으로 선택한 일은 더더욱.

16564537316679.jpg“저에게 할 말이 뭔가요?”

아내의 물음에 강준은 대답 대신 천천히 다가섰다. 좁혀진 만큼 뒷걸음질을 쳐 간격을 유지하는 아내의 동작은 간결하고 우아했다. 하지만 찰나에 마주쳤던 눈동자는 도망가지 못해 안달 나 있었다. 아내의 도리를 운운하며 데려다준다고 고집부릴 땐 언제고. 그렇게 도망가고 싶어 하면 더 놔주기 싫다는 걸 모르나.

16564537316686.jpg“5년 전부터 종종 이용하던 곳이라 집보단 여기가 난 편해요. 그래서 한국에 있는 동안은 여기서 지낼까 하는데.”

못됐다고 해도 좋다. 강준은 아내를 곤란하게 하고 싶었다.

16564537316686.jpg“내가 집에 들어가서 서로 불편할 일은 없을 거란 뜻이에요.”

별거를 하면 양가에서 시달리는 건 강준이 아닌 아내였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본색을 드러내, 유태령. 사정해도 좋고.

16564537316686.jpg“내 말 이해하죠?”

하지만 강준의 예상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16564537316679.jpg“……네.”

하. 끝까지 순종적인 척 굴겠다? 다소곳하게 서 있는 아내를 지나쳐 강준은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궁금했다. 유혹 앞에서도 아내가 계속 연기를 할지. 아니면 기다렸다는 듯 본색을 드러낼지. 어디 한번 내게도 수많은 남자를 흔들었던 요부 같은 매력을 휘둘러보던지. 바지를 입은 강준은 주름 하나 없는 드레스 셔츠에 팔까지 밀어 넣었다. 하지만 움직임은 딱 거기까지였다. 단추 하나 채우지 않은 채로 강준은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

16564537316686.jpg“유태령 씨.”

사뿐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고막을 스치고 가냘픈 실루엣이 천천히 동공으로 밀려든다. 하지만 더는 가까이 다가오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태령은 입구에서 딱 멈추었다. 그걸 두고 볼 강준이 아니었다. 네가 싫어하면 난 더 하고 싶어지거든.

16564537316686.jpg“더 가까이.”

그의 요구에 마지못해서 느릿느릿 다가온 태령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아찔한 킬 힐 대신 슬리퍼를 신고 있어서인지 눈높이가 하필 그의 가슴팍이었다. 단추를 채우지 않은 새하얀 셔츠 사이로 드러난 아찔한 흉곽.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라며 못 볼 거라도 본 것처럼 고개를 홱 틀어버렸다. 좀 전과 달리 자연스럽지 못한 시선 처리. 머리를 높이 묶은 탓에 눈에 띄게 붉어진 뺨과 목덜미가 무방비하게 드러났다. 다소곳한 현모양처도 모자라서 이젠 순진한 척 연기까지 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태령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그녀가 훌륭하게 연기를 해낼수록 속 안에 숨겨둔 이중성을 끄집어내고 싶어지니까. 액세서리 수납장에 걸터앉아 뻗은 긴 다리 사이에 아내를 가두는 눈동자가 집요했다.

16564537316686.jpg“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어둑한 시선이 닿은 곳엔 미리 골라 놓은 넥타이와 넥타이핀, 그리고 커프스단추가 있었다.

16564537316686.jpg“혼자 해본 적이 없어서.”

잠시 머뭇거리던 태령이 커프스단추에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16564537316686.jpg“순서를 지켜야죠.”

무슨 소리냐는 듯 태령이 조심히 눈을 맞춰왔다.

16564537316686.jpg“단추 먼저. 물론 태령 씨가 부담스러우면 거절해도 돼요.”

배려하는 듯 묻지만 배려가 아니다. 거절하는 순간, 유태령은 앞으로 불이익을 꽤 받을 테니까. 그 배려에 숨은 의도를 똑똑한 여자가 파악 못 할 리도 없었다. 그래서 강준은 더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16564537316686.jpg“남보다 못한 부부 사인데, 이 정도는 내가 이해해야죠.”

독일에 있는 동안 유태령에 대한 보고는 늘 같았다. 집과 회사밖에 모르며 공식 석상에만 얼굴을 잠깐 비치는 은둔 생활. 하지만 강준은 믿지 않았다. 반반한 이 얼굴로 남편이 없는 틈을 타 뒤에서 다른 남자들을 홀리고 다녔겠지.

16564537316679.jpg“부담스러울 리 없잖아요. 남보다 못한 부부 사이라도, 난 당신 아내니까.”

작은 속삭임과 함께 용기를 내듯 아내가 다시 손을 뻗어왔다. 그런데 너무 신중을 기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다분히 의도적인 걸까. 가늘게 떨리는 손끝이 단추가 아닌 그의 피부에 닿았다.

16564537316679.jpg“……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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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신음을 토해낸 태령이 동요하는 눈동자를 부딪쳐왔다. 방황하는 손끝이 허공을 더듬어댄다.

16564537316679.jpg“미안해요.”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순진무구한 그 반응에 홀렸을 만큼, 완벽한 연기였다. 하지만 강준은 별거 아니라는 듯, 그녀가 물리려는 손을 고요한 음성으로 다시 이끌었다.

16564537316686.jpg“괜찮으니 계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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