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한부 흑막 안 구하고 떠납니다

엑스트라 인생 10년차. 여주가 구해 줬어야 할 어린 흑막을 발견했다.
이런 악역 및 엑스트라 빙의 소설에서는 여주건 남주건 흑막이건 일단 도와주는 것이 정석.
원작도 다 알고 있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사망 플래그를 피해 흑막을 꼬셔 볼까.
그런데 원작에서 여주가 얘한테 뭐라고 했더라.

‘난 있는 그대로의 공작님이 좋은걸요.’

그걸 들은 이놈은 한밤중에 피 칠갑한 채로 찾아와서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다며. 나도 너 사랑해, 너는 절대로……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지?’

어휴, 답 없는 놈.
그냥 죽어라.
나는 흑막을 구해주기는커녕 뚝배기까지 깨고 멀리멀리 도망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거 완전 피도 눈물도 없는 꼬맹이네.”
“으아아! 죄송합니다!”

*

"또 어디로 사라져서 다시는 안 돌아오려는 거지?”
"……….”
“분명히 말하는데 이 빌어먹을 제국 위 어디로 숨든 간에 내가 못 찾을 곳은 없어.”

공작은 말했지만, 그렇게 자신 없고 절박한 얼굴로 위협해 봤자 전혀 무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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