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지쳐 호문쿨루스(마법으로 만든 인간)를 만들기로 결심한 루루. 가장 중요한 재료인 ‘인간의 씨앗’을 구하기 위해 인간 남자를 납치하러 간다. 실패하고 돌아오는 길, 자신을 공격하는 남자를 만나고 엉겁결에 그에게 ‘복종의 마법’을 걸고 마는데…… 생각해 보니 놓아줄 이유가 있을까? 이 남자에게 씨앗을 얻어 내면 되는데. 문제라면 씨앗을 어떻게 꺼내는지를 모른다는 것. 알아낼 때까지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이 인간. 더럽다고 하더니 몸을 씻고 집을 청소한다. 게다가 맛있는 음식까지도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 밤이 되면 파고드는 그의 품이 따뜻해서 좋다. 루루는 더욱 인간이 갖고 싶어졌다. 그를 닮은 인간으로. 그러던 중 어떻게 씨앗을 채취하는지 알게 되는데……. * * * 언제나와 같은 여름밤, 항상 안겨 잠들었던 에르반다스의 품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의 공기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기이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언제나 나를 갖고 싶어 했잖아요.” 에르반다스는 손을 들어 손가락 끝으로 루루의 등 움푹 파인 곳을 천천히 긁어내렸다. “읏!” 간지러움, 그리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다른 짜릿한 감각에 루루가 크게 몸을 움찔거렸다. “조금 전만 해도 이걸 아주 삼키려 들었고.” 에르반다스가 말하는 ‘이것’이 루루의 아래를 문질러 왔다. 아직도 젖어 미끈거리는 뭉툭한 끝이 얇은 천 너머의 균열 위를 쓸었다. 질척함이 느껴지는 순간 루루는 그의 품을 벗어나려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에르반다스는 루루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주겠다 하니 왜 물러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