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선 넘지 마세요, 아버님!

“자네는 결혼하는 족족 배우자가 죽는 운명을 타고났어.”
아멜리에와 결혼하는 남자는 그게 누구든 단명할 거라고 점쟁이가 말했다.
“평생 아무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거야.”
홧김에 여행지에서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말았다.
그렇게 끝나 버릴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미혼입니다. 어거스틴은 먼저 간 형의 아들이고요.”
“갑자기 무슨─.”
“혹시 오해할까 봐요.”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의 보호자 면담에서 그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임을 져 줬으면 좋겠는데.”
“이 관계가 부적절하다는 거, 아버님께서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관계인데요?”
“전 선생이고 아버님은 학부모이십니다. 선을 지켜 주세요. 다시 이 선을 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샤를 마르티네즈 공작은 포기를 모른다.
마치 그녀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걸 아는 사람처럼, 밀어내려 해도 자꾸만 불쑥 선을 넘는다.
“우리 사이에 선은 이미 그날 밤에 넘은 것 같은데. 당신이 객실을 나가려던 내 손을 잡은 그 순간부터.”
아멜리에 교수에게 남자가 생겼다.
빗속을 홀로 묵묵히 걸어가던 그녀의 인생에 우산이 되어주는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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