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랑의 묘약은 가짜입니다

꽐라 되게 술 처먹고 아침에 눈을 떴다.
...23년을 동고동락한 내 발은 분명 두 개뿐인데.
“그럼... 남은 발 두 개는 누구 거지?”
낯선 곳인데다, 간밤의 기억도 백지.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고개를 돌렸다.
헐벗은 채 옆에 누워있는 남정네가... 펜미니드?
“이건 재앙이야.”
사람 목을 풀처럼 베는, 포악한 전쟁 영웅.
내 위에 서 있는 건 황제뿐이고, 그 외엔 다 내 발밑을 기는 것들.
굉장히 오만한 발언을 해도 납득할 수 있는 그의 작위는 대공.
이게 왜 재앙이냐고?
언젠가 대공이 이를 갈며 음산하게 선포했단다.
“사랑의 묘약, 이딴 더러운 물약을 만들어내는 탈피오트 가를 쓸어버리겠다.”
그 탈피오트 가의 후계자가 바로 ‘나’ 되시겠다.
이럴 때 선택지는?
하나, 도망가고 보자.
둘, 일단은 목이 붙어있어야 변명을 하지. 그러니 도망가자.
셋, 뭐가 됐든 도망가고 보자.
…백 가지 선택지 중 이 남자가 눈 뜨는 걸 기다리는 건 없었다.
“일단 튀자!”
***
“나와 연애하지.”
대공이 블랙 다이아몬드를 내밀며 헛소리를 뻥뻥 해댔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세요?
“대공님, 서로 즐긴 후 깔끔한 작별! 그런 게 ‘으른의 연애’라는 거잖아요? 집착? 넣어두세요.”
단호한 거절에, 도리어 대공이 사악하게 입귀를 올렸다.
“집착? 원하면 그것까지 하고.”

회차
연재목록
별점
날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