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 더듬는 애?” 부르라고 지은 이름이 있는데, 한 번도 제대로 불린 적이 없었다. 주로 멸시와 조롱, 동정을 받으며 살아온 인생이었다. 이제는 좀 내버려 두길. 그렇게 바라고 바랐는데. “나랑 결혼합시다.” 불행은 근사한 가면을 쓰고 찾아온다 했던가. 더 이상 황폐해질 것도 없는 인생에 또 다른 불행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장라희 씨는 이 결혼,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완벽한 거짓말이겠지만. 차곡차곡 계획된 불행이겠지만.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자신만만한 그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모든 게 완벽한 남자가 대체 왜. 나 같은 여자와 결혼을 하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