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첫사랑, 고백, 돌아온 거절, 성장통 같은 아픔.
오랜 우정, 오랜 짝사랑, 오랜 해바라기…….
나의 소년기는 옆집 소녀와의 일들로 가득했다.
성질 고약하고 말싸움이든 닭싸움이든 지는 법이 없던 이웃집 여자애. 하지만 누구보다도 날 웃게 만들 줄 알던 여자애.
내 말엔 언제나 웃어 주고, 바보 같이 믿어 주고, 함께해 주던 여울이의 눈초리가 서늘했다.
“나 이제 너 안 좋아해, 하은수. 안 좋아한다고.”
차가운 테이블 위에 쿵 하고, 정수리를 찧은 채 멍한 눈으로 다리를 응시했다.
- 하은수, 좋아해! 나랑 사귈래?
긴장한 얼굴로 숨도 안 쉬고 소리치듯 고백하던 여울이의 모습이 수면 위로 솟구치듯 떠올랐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우거진 나뭇잎이 시야를 가득 채웠던 그 시절. 방과 후 교복을 입은 채, 붉은 담벼락 옆 낡은 분리수거함 위에서 다리를 흔들며 날 기다리던 너.
그 자리에서 늘 한결같이 나를 기다려 주는 여울이가 좋았다.
하지만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녀가 나를 영원히 기다려 주지만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