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게 첫눈에 반한 남자와 결혼했다.
그에게는 강제된 결혼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았기에 나 혼자라도 노력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죽을 때까지도 남편은 변함없이 차가웠다.
마음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는 순간에는 차라리 잘 되었다며 기쁘게 세상을 떴다. 아니, 뜬 줄 알았는데.
"좋은 아침."
내내 갈망했던 다정한 눈빛으로 그가 인사를 건넸다.
"내가 아직도 꿈을 꾸나 보죠?"
"그건 모르겠지만 우리가 오늘 신혼 이틀째라는 사실은 알지."
사후 세계가 이렇게 생생한 게 맞나.
*
겨우 그를 따돌리고 도망쳐 온 곳에서 나는 다시 삶을 일구기로 했다.
신이 날 어여삐 여겨 기회를 주신 거라면 고작 사랑 따위에 목매다가 우울한 끝을 맞이하고 싶진 않았다.
“도망을 참 멀리도 왔군.”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쫓아온 걸까.
게다가 항상 나보다 우선이었던 그 많은 할일들은 어디다 내팽개치고.
“사랑은 이제 안 한다고 했잖아요.”
“그래. 당신은 하지 마. 내가 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