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

세아. 스물셋. 깨어나 보니 낯선 세상, 타오르는 불길 속이었다.
살려 달라는 외침에 나타난 건 온통 회색빛인 남자.
목숨을 빚졌음에도 그가 싫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저를 싫어한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근데 나를 싫어했으면서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거야. 내가 무엇이길래?
대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내게 무엇이 되어 주려고…….
* * *
아윈. 바스탈국의 기사.
불길과 함께 나타난 세아로 인해 목숨을 건졌다.
명예로운 죽음 대신 비참한 승전을 안겨 준 여자.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를 혼란하게 하는 여자의 아름다움 또한 애써 외면해 보려 했다.
그가 몰고 올 파멸의 조짐을 본능적으로 알아챘기에.
한데 그 파멸이라는 것이, 이 전쟁을 의미하는 건지.
아니면…… 기사로서 나의 신념과 안온한 생을 의미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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