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노력한 끝에 인정받는 의사가 되었다.
분명 그랬는데······.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이후, 소설 속에서 눈을 떠 버렸다.
그것도 이제 곧 죽을 운명에 처한, 소설 속에는 단 한 줄 적혔을 뿐인 조연의 몸에 빙의해서.
하지만 어디서든 정신만 차리면 살 길이 있다고 했던가.
“괜찮으십니까?”
구국의 영웅이 되어 이 소설 속에 휘몰아칠 피바람을 막고,
결국 내 목숨까지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 송시훈을 만났다.
* * *
“여기 이쪽은 제 호위 무사이자 친구입니다.”
희주는 자신을 집요하게 바라보는 시훈의 시선을 느꼈지만, 모른 척 외면했다.
“저를 친구라 말씀하신 이유가 궁금하다면,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별다른 이유는 없어요. 그저 시훈 공자를 쉬이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에요.”
“그게 전부입니까?”
그저 살기 위해 이 남자를 곁에 두었을 뿐인데.
“……아직은요.”
왜 이 남자만 보면 심장이 쿵 내려앉고 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