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 양. 남자 경험이 있나?” 아픈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해인에게 태성 그룹의 며느리 자리가 제안 들어온다. 해인은 궁지에 몰려 제안을 수락하지만, 결혼 상대자이자 같은 대학교 선배인 정수현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다. *** “너 이 집에서 죽어 나간 사람이 몇인지 알아?” 수현의 밤색 눈이 짙어졌다. 그 시절보다 더 위태로운 눈빛이 해인을 바라보았다. 세월이 흐르면 고통도 옅어진다지만, 이 사람이 가슴에 묻은 것이 무엇이든 간에 조금도 괜찮아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전부 각오하고 왔어요.” 턱을 쥔 수현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순간 숨이 넘어갈 거 같아서, 해인은 더듬더듬 내뱉던 말을 겨우 내뱉었다. “……회장님이, 저는 이제 당신의 소유물이라고 했어요. 얌전하게 굴 테니…….” 해인은 손목을 잡히지 않은 다른 손을 들어 수현의 손을 잡아맸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안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