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리아의 늑대

* 2018년 07월 18일 자로 외전 내 일부 설정 오류를 수정하였습니다. 재다운로드해서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편> - 귀족 사회의 상종 못 할 망종이거든요, 내가. 신에게 맹세했다. 아무도 그들을 벌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죄’가 되어 그들을 벌하겠다고. 그가 ‘죄’가 되었을 때, 그 여자를 만났다. - 각하는 절 정말 곤란하게 하시는군요. 내리누르는 삶에 지치고, 죄책감이 정신을 좀먹어 가던 그때, 그 남자를 만났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물고, 빨고, 핥고 싶어. 어떤 냄새가 나는지, 어떤 맛이 나는지, 내게 묻어날 당신의 향이 궁금해.” 물고, 빨고, 냄새. 간간이 들려오는 단어들은 레인이 평생 듣도 보도 못한 그런 것들이었다. 사이렌 소리가 이제는 지척에서 들려왔다. 씻고 갈 시간이 없을 거 같아서 레인이 여전히 단어들을 머릿속으로 나열하며 가브리엘의 가슴을 두 손으로 살짝 밀었다. 순순히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간 그가 자신의 머리에 얹어졌던 레인의 손등을 부드럽게 감싸며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렇게 하려면 일단….” 현저히 낮은 눈높이에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비정상적이기까지 한 아름다운 얼굴에 레인이 순간 움찔했다. 분명 그의 등 뒤로 보이는 것은 정박해 있는 수십 대의 요트와 바다가 전부이건만 그것이 일순 수천, 수만 송이의 꽃밭으로 돌변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꽃 중의 꽃인 눈앞의 남자가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우아하고,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나와 교제해 주세요, 레인 크로포트 양.” 피가 말라붙은 손등에 입을 맞추는 행위는 사뭇 정중했고 어떻게 보면 경건하기까지 했다. <외전> “클레오, 돌아가.” 뒤돌아보지 않은 채 카림이 말했다. “나는 카림의 말대로 아직 어릴지도 몰라. 지금은 카림을 따라갈 수 없어.” 단단한 등에 얼굴을 묻으면서 클레오가 말했다. 빗소리에 가려진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있는 힘을 다해 소리치고 있었다. “아빠를 찌른 건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하루의 시간이 더 있었으면 했다. 그랬다면 카림의 상처에 약이라도 발라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루가 안 된다면 한 시간만이라도. “내가 카림의 나이가 되면 분명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얼굴을 기대고 있던 카림의 등이 굳어진 게 느껴졌다. “클레오, 가야 해.” 말을 내뱉는 게 아니라 응어리를 삼키는 목소리였다. 클레오가 천천히 카림에게서 몸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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