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레기통이 아닌데요!

역하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엠프레스 메이커>. 내 목표는 여주 발레리를 잘 키워 히든 엔딩 ‘하렘의 지배자’를 보는 것이다. 순조롭게 게임을 플레이하던 중, 발레리가 폭탄선언을 했다. “연애도 결혼도 관심 없어요. 전 이대로 공녀님이랑 평생 살 거예요!” [발레리가 ‘비혼 선언’을 하였습니다.] [메인 루트 ‘하렘의 지배자’ 대신 마이너 루트 ‘자유로운 영혼’이 실행됩니다.] [TIP. 해당 루트가 오래 지속될 경우 관련 엔딩으로 자동 전환됩니다.] 아무래도 그때부터인 것 같다. 나를 사람 취급도 안 하던 남주들의 태도가 변한 건. “트리샤. 내가 잘못했어. 내게 다시 돌아와 줘.” 날 실컷 이용해먹던 전 약혼남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황족이 되고 싶다며. 그럼 황족이랑 결혼해야지, 멍청아.” 볼때마다 잡아먹을 듯 굴던 황자는 속이 훤히 보이는 말로 툴툴대는가 하면, “나와 함께 가자. 어차피 인간들은 널 싫어하잖아.” 여주 외의 인간에겐 관심도 없던 엘프들의 왕이 나를 데려가려고 한다. “신과 당신 중에서 하나만 택하라면, 당신을 택하겠어요.” 실없는 농담만 하던 연하 성기사는 급 진지해져서 무섭고, “공녀의 진짜 친구는 저뿐인 거,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저 소꿉친구일 뿐이라고 우기던 공작이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인다. 원작여주에게 버려진 남주들의 맹목적인 집착이 나를 향하기 시작했다. 이 쓰레기들은 줘도 안가지고 싶은데.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애써 삼켰다. ‘저기요, 전 쓰레기통이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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