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빛이 번지던 순간, 바네사는 운이 좋은 날이라고만 생각했다. 반딧불이인 줄 알았던 그것이 제 마법임을 알기 전까진. ‘내가 여기에 있다고? 진짜로?’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 밤베르크. 학비와 생활비를 후원하는 조건은 한 달에 한 번 편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바네사는 익명의 후원자를 위해 가장 고운 종이를 골라 펜을 들었다. [선생님께, 바네사로부터.] *** [그분은 꼭 책 속의 기사 같았어요. 하지만 제가 외모에 넘어갔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정말 대화가 잘 통했다니까요!] 남자는 그때를 회상하며 짧게 웃었다. 그는 봉투 위의 부드러운 글씨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다정하신 선생님께.] 잠시 갈 곳을 잃은 손이 결국 펜을 쥐어 유려하게 움직였다. 바네사 로즈에게 사로잡혔던 그날의 마법처럼. * 해당 작품은 고전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모티브로 하였습니다.